보통 1화를 기점으로 서서히 작화에 힘이 빠지는 작품들은 많이 봐 왔어도 그림은 그대로인데 스토리까지 힘이 빠지는 게 흔한 일인가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생각은 곧바로 뒤집히긴 했습니다. 전체적인 형식은 학원 일상물의 형식이 맞는데 특정 구역에 국한된 게 아닌 아르바이트 때라든가 휴일 데이트 등 시간과 장소가 다양합니다. 뜻밖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일상물이 생각외로 많지 않죠. 특정 주제나 개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대화와 코미디가 연출돼서 일단은 산뜻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독특한 것이 이 작품의 무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인물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면 그 뒤에는 재밌게 만들어거나 입체성을 부여하는 요소들이 꼭 두어개 씩은 떠오릅니..
여자 고등학생끼리의 부활동물이라고 하면 모두들 떠올리는 양식아닌 양식이 있을겁니다. 요즘 기대 이상으로 유행하는 백합이란 코드도 어느 정도 기대되고요. 그런 틀에서 크게 벗어난 첫인상을 전해주지는 않지만 의외의 면모들이 적지 않게 보입니다. 남성 시청자 층에 자주 어필되는 백합의 코드라기 보다는 잘 만들어진 러브스토리의 도입부 같은 인상이 전해집니다. 특히 학교에서 적절한 코미디와 함께 진행된다기 보다는 밤중 둘의 전화 통화를 통해서 이야기와 관계가 진행된다든가 그 전화 도중 인물들의 수줍어 하는 행위 묘사가 더더욱 있을 법한 러브 스토리의 인상을 심어줍니다 백합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이나 대사가 과장되어 나온다기 보다는 통화에는 들리지 않을 만큼 남몰래 기뻐하는 등 소담하게 있을 만큼만 귀엽게 담아내고 ..
일본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네요. 그림연극부터 시작해 지금은 특유의 작풍으로 세계 애니메이션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 유럽권과 북미를 아울러 서양의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점은 세계의 창조와 조화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떠올릴 수 있는 서양에 애니메이션들은 극화된 인물의 과장을 이용해 감정과 상황 묘사에 집중하고 있다면 일본의 전통전인 애니메이션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누구나 쉽게 상상하고 즐길 수 있는 현실과 장작 그 어딘가에서 줄을 타고 있습니다. 그런 일본 애니메이션의 면모는 극장용이냐 티비 송출용이냐 제작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현대에 와서 의미가 퇴색됐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극장용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가 TV애니메이션에도 현현하는 듯한..
이야기 매 순간에 뚜렷한 진행감이 있는 점이 2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네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나요. 모든 밴드가 거의 고르게 격돌했던 2기와는 다르게 RAS, 로젤리아, 팝핀파티 셋이 주축이 되어 전면에 나서니 훨씬 정돈되어 나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에게 소홀한건 아니어서 롯카가 도망치던 장면에서 등장하는 카오루나 하구미처럼 여러 팬들의 만족감도 잊지않고 충족시켜줍니다. 새 밴드 RAS의 발표 자체는 한참 된 이야기죠.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의 등장도 적고 게임에서의 등장은 전무하니 팬들의 흥미만 잔뜩 달궈놓은 채 행적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2기에서 다뤄지는 RAS는 당초의 발표와 달리 롯카가 없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어서 미완결된 주제로 끝났죠. 하지만 3..
전체적인 만듦새에서 많은 보완이 이뤄졌던 뱅드림 2기, 호불호 없이 호평 일색이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림없는 시기기는 하지만 1기에서 2기의 만큼의 도약을 이번에 다시한번 이루어 내는 듯 하네요. 3D의 작화로 변했을 때의 변신 만큼 작품 내외부로 많은 변화가 느껴집니다. 이전 보다 적극적으로 연출에 2D작화를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찰나 표현들이 더더욱 생명력 넘치게 느껴지네요, 하나같이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그리고 1기 때의 지향성 올곧은 이야기의 뼈대가 이번 3기 1화에서도 단단히 세워지고 있습니다. 2기는 다루는 주제가 다양해 공통된 하나의 이야기를 올곧게 밀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대신 다양한 볼거리와 음악을 즐길 수 있었죠. 실제로 밴드 전체가..
농도 짙은 귀여움으로 수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캠핑장으로 이끌었던 '유루캠', 그 신작이 2기가 나오기 전 징검다리 처럼 초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찾아왔습니다. 형식은 3분 30초 편성의 지역 홍보 애니메이션과 닮아있네요. 이전 원작들에서도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향토 음식이나 풍습을 언급하는 등 지역색을 띠기는 했지만 그래도 본질은 캠핑에 있었죠. 이번에는 같은 분기에 나오는 '야토가메 양 관찰 일기 2기' 처럼 지역 홍보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의 유루캠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이 보이네요. 예전에는 캐릭터와 화술로 극을 이끄는 모습이 잦았다면 이번에는 지역 홍보 답게 세세한 배경 묘사와 정보 전달 그리고 디테일한 캐릭터들의 동세가 느껴집니다. 특히 짧은 시간에 작화가 집중되다 보니 안 그..
여느 가벼운 판타지물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상천외한 개그들을 뽐내듯이 '신중용사'에서도 그런 분위기만 만연했죠. 하지만 완결에 와서는 마치 정석적이고 완결성 뚜렷한 마침표에 찾아볼 수 없었던 근본마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자극적인 연출과 실없는 개그로는 해당 분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품이었죠. 특히 여신 리스타르테의 망가지는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끝나도 계속 회자될 정도인 충격적인 장면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세계를 이용한 코미디 코너의 하나같은 무게감을 보여주기도 했네요. 사실 초기의 판타지들이 각자의 방대한 세계 때문에 접근 자체도 어려웠죠. 하지만 그런 데이터가 수없이 쌓이고 이제는 그 위에서 얼만큼 기행을 벌이느냐가 요점이 된 듯도 합니다. 시청자의 상상 이상으로 신중해 제목에 ..
어느덧 시리즈가 시작한지도 햇수로 8년이 넘었습니다. 전차와 여고생, 모두들 막장 조합이라며 조롱하기 딱 좋은 상대였죠. 하지만 걸판의 뜻밖의 선전은 통쾌함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TVA의 선전과 극장판의 흥행으로 걸즈 앤 판처는 6편의 최종장으로 원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6개월에 한 편씩 내겠다는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1년 이상의 주기로 한 편씩 만들어지고 있죠. 어쩌면 2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끝이 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편 빈축없이 호응과 기대를 사는 건 빈틈없는 만듦새와 재미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자릿수부터가 다를 정도로 등장인물의 수가 방대하지만 이들 모두를 확실히 그리고 과하지 않게 부각하는 방식이나 확실히 인물들의 매력을 ..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고 내놓게 되는 흐름은 항상 이야기보다는 작품 외적인 면모에 기대왔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먼저 이런 흐름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다수 있기는 하지만 강한 자극을 위해서는 외적 요소에 호소하는 게 보편적이기는 하죠. 장르를 불문하고 이런 흐름에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편승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양상에 역행하는 듯한 작품이 하나 보였습니다. 바로 2019년 4분기 '방과 후 주사위 클럽'이라는 작품이네요. '방과 후 주사위 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학원물 일 것 같다는 생각만 품은 채 감상하기 시작한 1화에서 '보드게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고 의외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보드게임으로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까 하며 주제에 ..
판타지 장르, 상상의 산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에 1분기, 20분의 총 12번 남짓한 순간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도 최대한 완결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생태 여건상의 제약이 가장 크지 않나 싶네요. 예전 용자물의 완결과도 같은 맥락 커다란 사건을 하나 해결하고는 '우리의 모험은 계속된다!'라는 식의 결말이 1쿨 마무리 짓기의 용도로 변질된지도 오래됐죠. 여기에 또 하나 그런 운명을 피하가지는 못했던 작품이 있습니다. 문장의 완결성이 돋보이는 제목 '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이하 노우킨)입니다. 이세계 전생, 신통한 힘을 획득, 현세의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는 틀도 똑같이 이어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냉소적인 언급들과는 반하여 몹시 확고한 작품 ..
판타지 세계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 후 수 없는 종류의 판타지 세계가 나타났죠. 그중에서도 가장 어마어마한 수의 세계가 탄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단어가 조합되어 생기는 문장의 수만큼 이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프로레슬링과 이세계의 만남이네요. 근육과 이세계의 만남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만 육체를 사랑하는 방식이 한층 더 깊어졌네요. 게다가 특이한 배경 설정만 만들어내고 이후의 전개는 여느 작품과 다를 바 없는 일부 작품들과는 달리 아주 특이한 상황이 하나 설정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거한의 근육질 프로레슬러인 데에 반해 동물이라면 끔뻑 죽는 귀여운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프로레슬링과 애완동물과 이세계, 역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합인 만큼 시작부터 펼쳐지는 모든 광경은 신선함을 넘..
갈수록 수위와 개그의 강도가 강해지네요. 강력한 주인공의 신중함으로 이야기가 싱겁게 진행되나 싶더니 그래도 난관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구요. 일찌감치 원 패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초반부에 들었지만 생각보다 다채롭습니다. 위기를 해쳐나가는 모습은 아직까지는 크게 벗어나는 부분이 없지만 주변 인물과의 상호 대화나 스토리가 꽤나 다양해서 다채롭네요.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여러 신들과의 에피소드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천계에서도 통하는 세이야의 미형을 통해 온갖 상황이 벌어지지만 덤덤한 표정으로 그 또한 해쳐나가는 게 매력 아닐까 싶네요. 배경 자체는 그렇게 체계적이지 않지만 그런 짜임새라고 해서 이야기까지 그렇게 가볍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좋게 해결될 거라는 안심을 갖고 있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의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