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뭐였을까요. 마치 만화 작가들의 단편 4컷으로 그려둔 세이브 원고 같기도 했습니다. 저번 화에서 흑막에 대한 실체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과정은 생략하고 납치되어있는 보우이다, 자신에 정체에 대해 숨길 생각이 없는 듯한 세이지로 뜬금없이 보우이다의 사활을 건 게임을 제시하는 쿠사비. 그냥 생각하는 걸 멈추고 보는 편이 수월할 듯한 진행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초가동 걸에서 언제 함의를 찾고 생각으로 재미를 창조한 적이 있었나요. 초가동 걸의 재미를 만끽하는 데에는 이런 전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피규어들에게 벌어지는 상황으로 시청자를 환호하게 만들고 의외성이 드러나는 대화들로 개그를 선사했죠. 하지만 대사와 기믹들 기저에 애니메이션 팬 들이라면 공감할만한 요소가 깔려있다는 게 작품의 매력..
초 가동 걸 만의 상상이 역시 아낌없이 드러났던 화였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흔히들 생각할 법한 생각들로 점철되어 있지만 이것들을 직접 표현해 엮어내서 새로움과 익숙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소재의 특징이 매주 가슴 뛰게 합니다. 자신의 책장을 뒤져 만화를 읽는 중인 살아 움직이는 피겨들, 또 그 뿐만이 아닌 자신의 내용과 설정을 읊어대는 모습까지 캐릭터, 설정, 피규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지만 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초 가동 걸의 소중한 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 같네요. 주인공과 히로인(피규어)끼리의 깊은 취미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보우이다의 절친 세이지로와의 오타쿠적인 대화도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적확하게 짚어 긁어내고 있으므로 드물게 남자끼리의 대화에도 흥미가 돋는 부분..
계속 그래 왔지만 이번 화는 온갖 망상이 더더욱 밀도 있게 집약되어있네요. 살아 움직이는 두 피규어에게 둘러 쌓여 경쟁의 대상이 된다, 생각보다 다이내믹합니다. 노나와 하루토의 일상이라 생각했던 게 안일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은근히 치열합니다. 저번에는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면 이번에는 사랑의 기로에 놓여있네요. 하루토에게 사랑에 빠진 베르노아 하지만 정실부인인 노나의 위치에 실망하고 하지만 노나에게도 우유부단한 태도에 베르노아는 기회감과 분노가 섞인 심정으로 노나와 사랑의 대결을 펼친다. 사랑의 대결을 펼치는 게 1/6스케일 피규어만 아니었다면 학원 러브 코미디물의 왕도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초가동걸만의 특별한 상황들이 이어지죠. 추억을 갖고 있었던 인형들이 움직인다는 점은 토이스토리가 연상되기도 ..
주인공 보우이다의 대사가 은근히 인상 깊습니다. 오랜 오타쿠 친구와의 만남에서 대화가 격해지자 테이블을 엎으며 날렸던 대사 '애니메이션을 볼 때만큼은 해당 세계의 온도에 푹 잠겨서 봐라!' 정말 애니메이션을 볼 때 바람직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해당 세계의 온도에 잠겨서 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어맞네요. 세계에 빠져 보라는 것은 화면 밖에서 그 속의 세계를 관조할 때 다른 세계를 의식할 수 있으므로 그저 애니메이션 속 세계와 나를 분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그 작품의 온도와 함께한다는 것은 작품과 나의 합일성이 한 층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생각도 필요 없이 그저 체감한다는 것이죠. 노나도 항상 귀엽지만 매 화 보우이다의 대사가 참 옳은 말들이 많아서 즐거울 따름이네요. 게다가 절친과 함..
이번 화도 논나는 귀여웠습니다. 보우이치 박사로 가장한 주인공과 피규어 논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긴박감있는 전개였죠. 논나의 정체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늘어가던 중 진실한 관계에 대해 서로 재정립하며 마지막 화 부근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일찌감치 논나에게 자신의 정체가 공개되어버렸죠.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오타쿠의 만남으로 훈훈하고 장난기 있는 전개가 기대되던 1화와는 달리 피규어와 오타쿠의 만남 만약 이러면 어떨까? 식의 물음을 초가동 걸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피규어 상자 속 혼인신고서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얇은 책(?)등 서브컬쳐계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 가능할 만한 내용으로 은근히 세심한 터치의 개그를 펼쳐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