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이세계 미소녀 동물원

 

 

판타지 장르, 상상의 산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에

1분기, 20분의 총 12번 남짓한 순간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도 최대한 완결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 생태 여건상의 제약이 가장 크지 않나 싶네요.

예전 용자물의 완결과도 같은 맥락

커다란 사건을 하나 해결하고는 '우리의 모험은 계속된다!'라는 식의 결말이

1쿨 마무리 짓기의 용도로 변질된지도 오래됐죠.

 

여기에 또 하나 그런 운명을 피하가지는 못했던 작품이 있습니다.

문장의 완결성이 돋보이는 제목 '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이하 노우킨)입니다.

이세계 전생, 신통한 힘을 획득, 현세의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는 틀도 똑같이 이어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냉소적인 언급들과는 반하여 몹시 확고한 작품 중 하나였다고 여겨지네요.

 

흔히 판타지를 풀어내고 모험과 역경을 다루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1쿨'이라는

틀 안에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제약이긴 합니다.

다만 노우킨은 오직 이세계의 틀 안에만 있지 않고

4컷 일상 만화의 틀로 확장된 모습이 여실하다는 차이점이 있죠.

작품 자체가 틀에 한번 더 둘러싸이며 더더욱 한정 지어져도 수긍이 간다.

아리송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판타지의 흐름은 큰 틀에서 베이스만 차용하고는 

이야기의 열고 맺음이 비교적 자유로운 4컷 일상물의 형식을 따르고 있어서 이런 반대급부를 일으키네요.

 

비꼬는 조의 용어로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단어가 종종 쓰이곤 하죠.

어쩌면 '이세게 미소녀 동물원'이라고 조금은 과장해서 칭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그의 방식이나 캐릭터 설정이 그런 '미소녀 동물원'의 형식과 몹시 닮아있습니다.

 

보이시해서 여성들에게 동경을 하지만 사실은 가장 여린 메비스

흔히 '하라구로'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돈귀신 폴린

츤데레 덧니 레나, 평범한 생활을 꿈꿔오던 엄친딸 마일까지

작 중 아이캐치 중에서 이들이 현실의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처럼 연출된 그림이 있었는데

그런 연출이 아니더라도 이미지만 따오면 4컷 일상물의 소재로 몹시 적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일상물 같은 캐릭터 설정 위에 판타지의 색을 한번 칠함으로써 

익숙한 듯 새로우며 딱히 태클 걸 곳이 없는 매력의 작품이 생겨난 듯싶네요.

 

'미소녀 동물원'이라며 과하게 칭하며 일상물 적인 면만 부각하긴 했지만

동글동글 귀여운 등장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아기자기함에 비해 

중간중간 판타지적인 이야기들의 무게는 은근히 가볍지 않습니다.

이런 가벼움이면 죽음 자체를 부정하거나 이 세계엔 죽임이 없는 것처럼 취급되기 마련인데

대부분 이야기 전면에는 죽음이 화두로 나와있죠.

특히 주인공 일행의 가족사와 엮이게 되면 한층 더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간중간 급격한 수축으로 긴장을 조성한 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편하게 이완시켜주는 모습은

일상물의 면모로 보아도 훌륭하고 이세계적인 면모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불어 이세계 전생자라는 입장의 주인공 '마일'이 일상 개그 4컷의 가벼움 마냥

온갖 현실 세계의 지식을 석연치 않게 드러내고

이는 마치 제 3의 벽을 거의 뛰어넘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온갖 애니메이션의 명장면 등을 차용한 개그와 기믹 같은 장면들이 그 예죠.

 

 

항상 비교적 안정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 그렇듯

진지한 면과 유쾌한 면 각자가 확실한 어필이 된다는 점인데

마지막 화에서 은근히 비춰지는 세계의 비밀과 모험의 목적 등이 또 흥미롭다는게 문제 아닌 문제입니다.

막연한 비밀같은 게 아닌 수미상관적인 구조로 전생의 이유와 전생 이전의 세계 등

주인공 자체가 거대한 열쇠 같은 뉘앙스로 표현되고 끝이 났죠.

'뉘앙스'라고 표현했듯 확실하지 않은 은근한 언급이었지만 여태껏 보여주던 장난스런 모습들과는

확연이 대비되는 치밀하고 판타지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2기가 나오면 좋지만 대놓고 어필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어른의 사정에 따른 미련함의 표출일까요.

완결인듯 완결아닌 이런 요소 하나가 작품을 오래 기억에 남게 하긴 하네요.

 

이세계 미소녀 동물원, 연장개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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