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짐승의 길'에 대한 소회, 오더메이드 웃음

판타지 세계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 후 수 없는 종류의 판타지 세계가 나타났죠.

그중에서도 가장 어마어마한 수의 세계가 탄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단어가 조합되어 생기는 문장의 수만큼 이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프로레슬링과 이세계의 만남이네요.

근육과 이세계의 만남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만 육체를 사랑하는 방식이 한층 더 깊어졌네요.

 

게다가 특이한 배경 설정만 만들어내고 이후의 전개는 여느 작품과 다를 바 없는 일부 작품들과는 달리

아주 특이한 상황이 하나 설정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거한의 근육질 프로레슬러인 데에 반해 동물이라면 끔뻑 죽는 귀여운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프로레슬링과 애완동물과 이세계, 역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합인 만큼 

시작부터 펼쳐지는 모든 광경은 신선함을 넘어 새롭고 신박한 내용들 뿐이었죠.

 

우선 방영 당시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에서 일련의 짤로써 돌아다니기도 했던 장면이 강렬했습니다.

그때의 일련의 장면들을 간단히 묘사하면

용사로 이세계에 소환된 프로레슬러가 공주님에게 수플렉스를 걸고

창문을 깨며 도주하는 장면을 나열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그 모습을 보고 해당 작품을 보기를 결심했는데, 지나치게 화려한(?) 도입부라서

일말의 자극적인 기믹에만 기대는 작품일까 싶어 조금 꺼려지기는 했지만

감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의심은 다 풀렸죠.

 

물론 코미디에 집중한 작품인 만큼

판타지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거나 세심한 설정이 감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마왕이나 마족 등 단어만 차용되고 오히려 세계에 대한 묘사가 극도로 적다고 할 수 있죠.

다만 레슬링과 애완동물 애호가라는 요소를 재치 있게 엮어내 기존의 양산형 판타지 물에서나 보이는

그런 흔한 전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양산형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조금 아쉬울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일부 작품들은

자극적이고 신선한 요소를 채택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들을 지울 수 없죠.

'창단! 짐승의 길'은 자극적인 요소에 더해 작가의 센스 있는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를 견인하는 힘으로

새로운 세계가 아닌 새로운 인간상을 다수 생산해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의 작가가 스토리로 참여한 원작이라서 관심을 끌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작품만의 호흡을 이끌어 내는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의 성격 디자인에서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형 디자인도 평범하지는 않지만 내부로 가면 갈수록

쉽게 보기는 힘든 인상들을 전해주는 캐릭터들이죠.

 

그러기에 한 줄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간단히 나열하자면 이런 식이겠네요.

생활력 강한 수전노 수인 아가씨, 명문가 용족의 먹보 소녀, 주정뱅이 뱀파이어 등등

축약해서 나열한 사실들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연상하기는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거기에 이런 특이한 캐릭터가 마련된 바탕에서 한도 없이 온갖 극한의 상황을 연출해내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이전 작품을 성공적으로 인양한 작가의 능력이 엿보이기도 했네요.

 

특히 무작정 캐릭터를 낭비하며 억지로 대화로 웃음을 자아내는 양상이 아니라

순전히 묘사만 존재하며 작중 인물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

작품은 정적인데 비해 시청자가 안달하며 재미를 느끼며 넘어갈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음을 가볍게 그저 말의 흐름에 타고 넘치며 즐기면 되는 작품이기에

작품의 구조와 내면까지 파고들어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당 사항들을 감안하고서라도 아쉬운 점이 드문드문 보이긴 했네요.

초반 작품의 매력으로 확 끌어당겨져 정신이 없을 시기에는 이런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기도 했고

실제로도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로가 수록 흔히 '힘이 빠진다'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잘 들어맞겠네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인 만큼 개성 있고 보기에 좋은 캐릭터 외형이 또한 작품의 매력에 공헌했다고 생각하는데

뒤로 갈수록 묘사가 단순해지고 정지된 장면의 활용이 너무 많이 느껴졌네요.

게다가 초반부의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퀄리티 있게 묘사된 짧은 묘사들을 계속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져 아쉽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위한 결정이었겠지만 오히려 작품의 미흡한 점을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정말 짧은 묘사 찰나의 순간만 이런 활용이 극소수로 들어갔는데 그 여파는 크게 느껴지네요.

 

다만 위와 같은 사항은 정말 일부분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겠네요.

작은 오점이 드러난 것이었을 뿐 이 작은 오점만 제외하면 작품에

별다른 오점을 찾기가 힘들다고 할 수도 있겠죠.

게다가 후반부의 작은 부분 때문에 작품 전체를 회피할 이유도 되지 못하는 듯하고요.

 

2019년 4분기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평소보다 일부의 작품들만 밀도 있게 보게 되었는데

그런 결정에 후회를 남겨주지 않는 작품입니다.

이런 코미디를 또 어디 가서 볼 수 있을까요.

 테두리는 양산형이더라도 웃음은 양산형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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