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사가 ZZANG쎈 주제에 너무 신중하다, 뉴트로 모험

여느 가벼운 판타지물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상천외한 개그들을 뽐내듯이

'신중용사'에서도 그런 분위기만 만연했죠.

하지만 완결에 와서는 마치 정석적이고 완결성 뚜렷한 마침표에

찾아볼 수 없었던 근본마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자극적인 연출과 실없는 개그로는 해당 분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품이었죠.

특히 여신 리스타르테의 망가지는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끝나도 계속 회자될 정도인 충격적인 장면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세계를 이용한 코미디 코너의 하나같은 무게감을 보여주기도 했네요.

 

사실 초기의 판타지들이 각자의 방대한 세계 때문에 접근 자체도 어려웠죠.

하지만 그런 데이터가 수없이 쌓이고 이제는 그 위에서 얼만큼 기행을 벌이느냐가 요점이 된 듯도 합니다.

시청자의 상상 이상으로 신중해 제목에 충실하는 주인공, 신의 무게감은 온데간데없는 막장 여신

마치 10화 까지는 기행이 아닌 행동을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러면 또 생각이 들죠.

이렇게 실없는 개그만 보여주다가 가끔 감동적인 장면도 두어개 들어가고

마지막에는 조금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인공이 또 해결해내며 완결.

같은 흐름이 이미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접해왔던 우리들은 쉽게 예상을 하곤 합니다.

항상 작품을 접할 때에 편견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무의식 중에라도 이런 생각을 품곤 하네요.

 

다만 이런 감상을 갖고 보다가는

어느 기점을 이후로 완전히 한대 엊어맞게 되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기법 자체는 어딘가 모르게 옛 정취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해당 작품에서는

정통적인 전개에 대한 기대는 조금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와닿지 않나 싶네요.

어쩌면 작품이 쌓아오던 분위기와 특징 전체를 흐리게 만드는 강한 향신료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강력하긴 했습니다.

혹시 모를 스포일러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서 대략적으로 언급 하자면

'기억과 시간을 초월한 운명적 재회'가 정말 정석적으로 활용된 듯하네요.

 

그만큼 모두에게 강하게 어필되는 감동 코드이기도 하고 모두가 선망하기도 하지만

쉽사리 등장하지 않는 것은 작품 전체를 관통시켜야 하는 작가의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수많은 개그와 냉소로 작품 전체를 설계해야 하는 부담을 센스 있게 넘긴 듯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비슷한 장치가 쓰인 작품들은 TV 애니메이션으로 접했을 때 적지 않은 볼륨을 가지고 있죠.

같은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단 12화 만에 완결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데에는

시작점과 끝만을 분명히 찍은 상태로 이외의 설명은 굳이 하지 않으려 했던 게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온전히 후반부의 감동을 별다른 찜찜함 없이 집중해 감상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점을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좀 인스턴트 한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더 정교하고 볼륨 있게 형성한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한 방 터뜨릴 때는

훨씬 더 커다란 감동이 전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와 비슷한 확대 효과를 소재의 분리에서 나름 형성하지 않았나 싶네요.

신중함으로 여신의 머리 꼭대기에 기어오르는 가벼운 개그와

이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운명의 이야기를 또한 재치 있게 사용하였습니다.

 

마치 요즘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는 '뉴트로'의 포인트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이세계로 온갖 방정을 떠는 최근의 흐름과 옛날의 극적 장치가

조금은 세련되게 섞여있는 듯하죠.

이런 감동은 오랜만이네요.

 

 

 

예상외로 이야기가 치명적인 작품이면 항상 이렇게 겉핥기 식 후기가 되어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간단하게 노골적인 감상만 담아보자면, 애니맥스에서 무삭제 판으로 찾아서 봅시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여신의 모습에서 일본의 정취를 지울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오픈마인드가 강하게 느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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