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소행성 감상 소회, 안 귀여운 고등학생
-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리뷰
- 2020. 4. 11. 03:54
동화공방의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원작의 출처가 망가타임 키라라 계열 잡지에서 출판되는 만화라서
전형적인 일상물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모에와 화목한 내용으로 점철된 동시에
이를 쉽게 수긍하게 만들어주는 동화공방의 연출이겠거니 처럼 간단히 생각했습니다.
예상한 전체적인 틀이 빗나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품이 보여준 모습은 정반대의 것이었네요.
최근 '우리 메이드가 너무 짜증 나!'와 '나에게 천사가 내려왔다'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이야기와 표현 전부 애니메이션 식 장단이 가득할 줄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과장된 애니메이션 식 장단은 극도로 배제되어있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무색할 정도로 담백한 드라마를 그려내네요.
캐릭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주제에 대한 담론이 애니메이션을 차지하는 비율은
가히 신선할 정도로 가득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천문학과 지질학을 아우르는 지구과학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같은 주제에 품고있는 각 인물들의 꿈과 청춘이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동등히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비중이 막대하지 않다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담백한 청춘 드라마적인 면모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고있는 것은 당연히 애니메이션이지만 감상을 끝낸 후에 곰곰이 전체 화 수를 반추해보니
마치 실사화의 면모와 맞닿아 있다고도 느껴졌네요.
배우의 연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과 코드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할 정도로
연기부터 구도와 화면 연출까지 '보통 사람의 감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입이 떡하니 벌어지거나 눈이 동그래지는 흔한 애니메이션 식 표현들 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죠.
이런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 캐릭터의 매력에 상당히 기대는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사랑하는 소행성은 각자의 꿈을 향해 매진하는 드라마 자체만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네요.
물론 요즘 유행하는 백합 코드를 장난스럽게 이용해 작품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스즈'의 캐릭터가 그러하네요.
하지만 이런 요소의 존재가 작품의 박자를 흐리고 층위를 흔드는 게 아닌
정말 적절한 이완 요소로써 기능해줍니다.
불협화음이 아닌 완벽한 감초로 보는 이들을 한번 더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네요.
주변 캐릭터들과 이야기의 초점이 오로지 드라마와 성장에 맞추어져 있기에
스즈와 같은 캐릭터의 존재가 더욱 신선하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지니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진중하다는 걸 반증해주는 듯하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간편히 소비할 수 있는 모에물을 기대한 데 비해
뜻밖의 청춘물, 드라마를 보게 된 데에는 긍정적인 마음만 드는 건 아니었죠.
인물 이야기의 양과 깊이가 더해갈수록 감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뇌와 마음의 메모리가
더더욱 작품에 할당되어야 하니까 쉬어간다는 느낌은 적어집니다.
하지만 작품에 마음을 주는 만큼 귀엽고 소박하면서도 뜻밖의 깊이감이 있는 성장 이야기로
가슴을 울려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네요.
마지막 화에 도달해서는 장면 전환이나 구도의 활용 같은 모습이
드라마나 영화의 연출법이 연상될 만큼 더더욱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해주었죠.
특히 마지막 주마등처럼 모든 에피소드의 키워드를 되짚어 보는 장면에서는
이전의 모든 감동들을 한꺼번에 맛보는 듯한 감각까지 들었습니다.
동화공방스러웠지만 이전의 동화공방과는 다른 느낌.
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지만 잘 짜여진 드라마 한 시리즈를 감상한 느낌.
꿈을 향해 열심히인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뭐라도 해야지라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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