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아 레코드 중반부 감상, 불친절한 입체감

혹자는 전작의 향기가 너무 짙다고 평가하기도 하네요.

다만 전작의 향기가 짙다는 이유 자체는 평가의 요소일 뿐이지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를 얻었던 전작이 있고 그 위에 게임이 있고 그 게임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죠.

전작의 많은 업보를 겹겹히 업고 있는 거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사이에서 오히려 구작 캐릭터까지 적절히 활용하며

독자적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기대 이상의 모습입니다.

낯익은 평범함에 초반부 감상 때는 오히려 전작의 매력을 답습하기를 기대했으나

이제는 '마마마'의 요소를 이어받았을 뿐 독자적인 작품으로까지 여겨집니다.

시리즈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부분에 국한된 단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마마라는 장르를 흡수해 그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그려낸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거기에 샤프트의 향기가 짙은 모습은 해당 작풍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쾌한 요소중에 하나이기도 하죠.

 

 

전작과 다르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야기의 전체적인 결이 '마마마'와는 다릅니다.

갖은 방법으로 이질감과 절망을 선사해주었던 마마마의 충격에 비해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순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애니메이션의 주제인 유이에 관해서 토막 형식의 회상으로만 제시되는 등

불안감을 고조시켜 커다란 한 방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이를 포함시키더라도 작풍이 밝습니다.

 

군데군데 배치되어있는 사물의 연출이라던가 구도의 활용에서는

종종 언급했듯이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향기가 훨씬 진해졌습니다.

게다가 인물들의 여유와 여흥에 잠깐잠깐 집중한다는 모습도 닮아있습니다.

이런 알게모르게 여유있는 모습과 전작의 긴박한 모습은 상당히 대비되곤하죠.

 

훨씬 폭 넓게 어필되기 좋도록 개량된 마마마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두와 합심해 '소문'을 파해쳐가며 하나하나 해결해 간다는 플롯은

정석적이고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전작의 미묘한 이질감들을 구석구석 배치시키는 동시에

이런 정형화된 플롯을 사용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호불호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이라 여겨지네요.

 

어쩌면 조금 순한맛이 되었다고 여겨질지언정

절대적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심상을 심다 못해 추상적이기까지 한 갖은 배경 연출만 봐도

마음속의 여유들을 금방 앗아가곤 하죠.

 

글에서 이유를 자세하게 풀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을 접하며 항상 한 줄로 정리하곤 합니다.

'불친절함과 입체감의 집합'.

 

어딘지 모르게 커먼 센스에 벗어나 있는 인물들, 배경들, 사건들

하지만 그 어떤 부분도 설명해주려 하지는 않죠.

계속 의문의 의문만 굴려내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전작처럼 커다란 한방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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