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의 아스트라를 돌아보며, 사춘기에게 우주는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남겨주는 것 또한 확실했던 애니메이션.

재난, 표류라고 생각하면 고운 생각은 들지 않고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전개도 밝지만은 않았지만

모두의 합심으로 해쳐나가는 공통된 분위기가 이런 걸 잊게 만들어 주었네요.

 

동화와 연속극의 좋은 점을 흡수해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특장점이라고 홀로 떠올리고는 합니다.

이런 유연성을 가장 담백하고 적절히 섞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 짜여진 서사와 깊이 있는 주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작품의 구조는 간단해서 친근하게 마음을 움직여주었죠.

 

알 수 없는 전이를 통해 처음부터 기저에 깔고 있던 석연치 않은 분위기를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며 혹은 기억을 되짚으며 차근차근 심화시켜 나가고

결정적으로 중심적인 배후와 인물 전체를 맞대면시킵니다.

간단히 말하면 복선이 치밀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단순한 복선으로 규정하기에는 인물들이 만들어내고 심화시키는 이야기가

훨씬 굵고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결말에 와서야 되짚어 보며 생각하게 되지만

개인 에피소드에서 다뤄졌던, 지나쳤던 모든 내용과 장치가

너무 계획적이라 시시할 정도로 중심 이야기에 맞닿아 있습니다.

 

일부만 간단히 짚어 보자면

울가의 개인 에피소드는 위험한 일을 건드린 형부터

노골적인 아버지의 태도, 게놈관리법과 맞닿아 있는 에스포지토 의원의 아들 루카 등

그 이외에도 회상 장면 속 사소한 것 까지도 거대한 음모와 맞닿아 있기도 했죠.

한 걸음 더 나아가 샤르스는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최종적으론

결말의 중요한 감정 흐름이나 소재를 담고 있는 이야기기도 해 한층 더 심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치밀한 이야기를 함께 격동하며 풀어나가는 재미도

작품의 만족감 중 큰 축을 담당했네요.

 

거기에 더불어 작품의 장르에 '코미디'를 더해도 될 정도로

활기차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작품 사이사이에 분포되어 있어서

역동성이면 역동성 완화감이면 완화감 모두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농담이나 말장난 까지도 서슴없이 가하며

이들의 단일감들 드러내기도 하는 부분이

이들 전체를 응원하며 나아가 작품 자체를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동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초반에는 긴장감의 요소였던 개개인의 개성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후반 가서는 공투 하는 입장으로서

익숙해진 후에는 애교나 장난의 요소가 되며 활기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던 부분 중 하나는

화면과 연출의 수려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면 전체가 높은 퀄리티로 점철되어 있는 건 아니었죠.

하지만 전개나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에서는 디테일한 묘사로 몰입도를 더했고

구도나 사물의 배치 등 전개에 있어서 대사의 개입 없이 감동을 선사하는 등

애니메이션 만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 표현들이 많아서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아리에스의 캠프 일지 낭독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어서

마지 한 이야기를 떼놓고 함께 관람하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시네마틱 한 앵글의 사용도 중간중간 몰입도를 가중하는 데 톡톡히 쓰였네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은근히 만연해 있는 애니메이션이었지만

뜻밖에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화면 연출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윤리와 기술 사이 인간의 존립과 그 사이에서도 사람의 가치 의의와 독립성을

우주와 미래 배경을 통해 역설하기도 했죠.

사실 복선이라고 칭할 만한 모든 요소들이 이런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작품이 가지는 의의만큼 성의 있게 이 부분에 대해서 이 글에선 짚지 못하는 이상

이 정도로 짚기만 하는 정도가 최선일 것 같네요.

이 부분이 제가 처음에 말했던 마음 한 편의 남김 또한 확실했다는 이유입니다.

 

활기차고 짜임새 있고 간편히 즐기기 좋은 면모 또한 지녀 

그다지 진중함을 만연에 두르고 있지는 않지만

주제를 다룰 때에 있어 무게감은 여느 작품성으로 칭송받던 작품들의 그것과 흡사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죠.

 

동어 반복일 뿐인 이 멋없는 글들을 힘 빼고 요점만 전하자면

'울고 웃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올인원'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보통 이렇게 작품을 마무리 하며 되돌아 볼 때 그래도 대략적으로 작품의 매력들을

한 번씩은 짚고 넘어가는데 이 글에서는 그것마저도 다 못했네요.

그만큼 작품의 지닌 매력이 다양했습니다.

 

우주와 미지의 행성, 이들을 나르는 배 행성 탐사선 아스트라호

벌써 이 알록달록한 친구들의 모험이 살짝 그리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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