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의 낭비를 돌아보며, 근본의 끝은 무근본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기억이 납니다.

'식빵 물고 달려가는 히로인'이라는 클리셰를 미친것처럼 비틀어버리는 과감한 주인공의 등장.

시작과 함께 이 장면을 보며 작품에 완전히 빠져들었죠.

정말 임팩트의 연속인 작품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세 달 남짓동안 감상했던 개그 하나하나를 곱씹기는 힘들지만

그 순간마다의 충격만은 뚜렷하게 남아있네요.

 

소꿉친구를 필두로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를 내세우며 개그를 하는 작품은 많습니다.

효시는 아즈망가 대왕에 있다고 생각될 만큼 맥락만은 같이 하지만

이런 작품은 또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겠네요.

 

이제는 여고생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드물겠지만

여고생으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생각을 했을까라는 게 해당 작품의 요점입니다.

여고생의 낭비라는 추측하기 힘든 제목을 가진 이 작품,

다시 돌이켜 보면 이 만큼 직관적인 제목이 또 없네요.

다시 두 글자로 줄여보자면 '잉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웬만한 캐릭터가 전부 모인 엔딩 속 한 장면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참으로 격정적인 장면으로 느껴집니다.

인터넷의 한 농담을 빌려 말하자면 자존심 강한 여러 천재들의 전원 참전 같은 이미지입니다.

그만큼 각자만의 이야기와 개그가 개성 있고 강렬했죠.

 

그 코미디와 소재의 선을 넘나드는 방식이 직접 비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워크맨의 진행 방식과도 닮은 면모가 있습니다.

말과 행동 모두가 예측 불허한 데다 거침없었네요.

 

액션과 캐릭터 간의 관계 묘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밑도 끝도 없는 대사 위주로 펼쳐나가는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소 즐겨오던 애니메이션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인 데다

많은 부분이 츳코미와 보케로 이루어져 있고 말장난까지 적지 않게 들어있어서

보편적으로 즐기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혼재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프닝에서 느껴지는 또 없던 힙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여고생이란 소재를 이용한 드라마는 또한 맛깔나게 그려낸 점이 놀라웠죠.

막바지이긴 했지만 오타의 후반부 단독 에피소드와 바보의 일탈 에피소드는

온도가 다른 연출과 대사 구성으로 완전한 변신을 보여줬죠.

 

어디에 근거하거나 근본을 두지 않은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이기에

이 같은 변신도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보다는 예상 조차 하지 않았던 면모 또한

묵직이 그려내는 데에 한번 더 마음이 혹했네요.

 

'매 순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상천외함' 이걸로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수더분한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정돈감 안에서 펼쳐지는 광기가 있습니다.

참 좋은데 더 적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네요.

아무튼 매주 저의 즐거움을 담당하던 한 축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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