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마족을 돌아보며, 네가 이겼단다

알게 모르게 다른 분기보다 이런 화기애애한 모에물이 드물었죠.

유쾌함과 진지함 사이를 넘나 들며 각자 개성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런 모에풍 작화로 무장한 작품은 특히나 찾기 힘들었습니다.

 

모든 작품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하지만 

특히나 이런 키라라의 느낌이 짙은 작품을 특히 애정 하는 지라

뜻하지 않은 모에 가뭄과 맞아 떨어져 분기 동안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녔던 작품이네요.

사실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말 할 수 있지만

초반의 저조한 퀄리티와 정돈되지 않은 전개에 의심을 품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잘라놓고 보는 캡쳐로 봤을 때는 묘사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지는 않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동화의 연결이 부족하거나 단순한 구도가 돋보였죠.

 

이런 저예산의 기운이 느껴지면서 데포르메의 느낌이 짙은 작품을 개략적으로 하나 꼽자면

'킬 미 베이비'가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디테일이 단순해 움직임에 부드러운 움직임에 힘을 쏟은 킬 미 베이비와는 달리

길모퉁이 마족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힘을 쏟고 구도나 움직임에 대해서는

힘을 쏟지 못한 모습입니다.

 

다행히 특유의 개그와 단순함으로 어필되는 대사 방식을 통해 갈수록

하나의 분위기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초반 때에 의심을 사는 동시에 이후로도 의아함을 사기는 합니다.

 

이런 면모가 심화되어 계속 실망감만 안겨준다면 그림동화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겠지만 작품의 다른 매력들로 충분히 커버해내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면 단순 반복이나 획일화된 구도가 두드러지지만 작화 외의 특이한 전개 방식을 들 수 있겠죠.

번역 작업이 곤란했겠다는 우려가 들 정도로 치밀하게 들어차 있는 대화의 구성이 그 첫 번째입니다.

보통 모에물 코미디라면 행동의 묘사를 통한 스펙터클로 현혹시킴과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곤 하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투머치 한 대사들이 끊임없이 인물과 시청자를 동화시키며 집중으로 이끕니다.

 

예를 들면 모모의 식생활을 비판하면서 온갖 식재료나 생활 습관까지 들먹여가며 

보살펴 주는 모습의 샤미코 대사가 있겠네요.

그 외에 쇼핑이나 외식을 할 때도 자신의 가정 상황을 들며 온갖 궁상맞은 대사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킵니다.

이런 전개가 생각 이상의 집중력을 낳는지 해당 페이스에 익숙해진 중반부터는

러닝타임이 사라지다 못해 눈 깜빡할 새 작품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키라라 작품들 중에서 내용과 인물들이 마음에 들곤 하지만

소재 자체에서 커다란 어필이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비춰보면 작품이 지닌 소재와 인물에 얽힌 이야기는

가벼운 4컷 만화의 스케일보다 더욱 색깔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밑도 끝도 없이 뿔과 꼬리가 돋아나서 마법소녀를 해치우라고 던져지만

그 배후에 작동했던 많은 이야기와 나아가 지역 전체를 끈끈이 묶어냄으로써

이야기 자체에도 기대감을 품게 되네요.

그랬기 때문에 짧은 1 쿨의 편성인지라 기대한 만큼의 전개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자랑을 하나만 더 하자면

키라라의 수많은 커플 중 해당 작품의 캐릭터로 이루어진 커플이

단연코 손꼽을 만하다는 점입니다.

 

내성적이고 무뚝뚝한 마법소녀와 소심하고 마음 약한 마족.

이렇게 극과 극인 둘이기에 마치 서로에게 꼭 맞는 퍼즐과 같은 관계가 묘사되어

정말 정감과 귀여움이 차오르다 못해 넘치는 매주였죠.

 

방영이 끝나고 작품이 흘러갈 때가 되면

세 달 동안 내 삶에 들어와서 주기가 됐던 작품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을 보낼 때면 예전에 흔히 이르던 후유증과는 또 다른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 또한 그렇네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았네요.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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