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여우 센코 씨 12화에 대하여, 힘쎈 푹신함

분기 내내 치유에 대해 달려왔어도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했던 마지막 화가 아이러니하게 치유의 힘이 가장 강한 듯싶었습니다.

치밀한 연출 덕분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우선 평소와 달리 도입부부터 채도가 짙고 어두운 톤의 채색으로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대사는 대부분이 나카노의 조곤조곤한 독백과 혼잣말로 이루어져 있죠.

 

삶의 충실한 코엔지, 시로 커플도 평소처럼 너스레와 해맑은 모습을 유지하지만

역시 어두운 배경과 평소와 다른 감각의 채색으로 오히려 밝으면 밝을수록

지금 상황의 이질감과 더불어 불안한 감정을 고양시킵니다.

 

사실 이 둘의 이별에 가까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자체는 그리 특별성이 돋보이는 건 아닙니다.

나카노의  선조 일로 이미 은인의 소실을 경험했던 센코는

그 후예인 지금 나카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죠.

작품 초반부부터 센코가 선조와 나카노를 구별하지 않는 듯한 묘사를 띄웠지만

센코의 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확답으로 순식간에 종결짓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컴컴한 방에서 센코의 소실을 경험하며

절망하던 나카노는 소나기가 내리는 와중에도 밖으로 뛰쳐나가 센코를 무작정 찾아다니기 시작하죠.

빗 속을 뚫고 달리면서 센코와의 일상을 회상하는 등

 

 

떠나 있는 자, 찾는 자 전부 특이한 전개나 이야기 자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견되어 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읊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인물 하나의 호흡과 작은 소품이 움직일 때도 세심하게 들어간 효과음 등으로

작은 움직임 하나, 작은 심정 변화 하나에도 귀 기울이게 만들어서

센코와 나카노의 재회 장면에서 최대의 안도와 치유를 느끼기 위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단언함으로써 깔끔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만큼

후반부에는 그저 둘의 재회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서로의 대화도 평소보다 적은 채 나카노가 느끼는 행복감을 차근차근 내레이션 하듯이 풀어가는 게 이어지죠.

격정적일 때도 차분하게, 완화될 때도 차분하게

같은 맥락으로 오직 나카노의 내면 변화에 집중하면서

되찾은 행복감을 마치 시청자가 극 속으로 들어가 함께 되찾은 것 같은 고양감을 일으킵니다.

 

더불어서 이들이 예고했던 꽃놀이의 화사한 배경은 세상과 단절된 비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둘의 상황을 드러내 주는 듯하면서 그 흥취를 한껏 더하기도 하고요.

 

매니악한 귀여움으로 점철되어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상황 자체도

이야기적인 면으로 집중하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유에 있어서는 특이함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게 아닐까요.

 

수백 년 묵은 여우라는 소박하지 않은 존재와 함께 만들어가는 소박한 일상 이야기.

거기에 푹신 거리는 꼬리와 귀까지 있으니, 온 심상이 부드러워지는 듯

아무런 신경 쓸 것 없이 편히 쉬어가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매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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