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도시 12화에 대하여, 기분좋은 남김
-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리뷰
- 2019. 7. 4. 02:57
흡족한 마지막 화가 되었네요 메시지와 여운 모두를 착실히 챙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단서와 언급으로 인해 로스트는 통로 같은 개념이 아닌
진앙에 휩쓸린 전부가 완전한 동시 소멸과 더불어
이전 혹은 다른 시간, 세계상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선행되어 유키가 있는 세계에 멸망 직전의 세계 3인의 과학자가
온 것도 전체적인 소멸을 통한 회귀를 위해 왔죠.
서로를 인식하고 관측하는 대상을 구현해내고 유지시키는 '영혼'의 존재가
이들 계획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시간 선의 완전한 전복으로 자기 세계상의 인식 가능한 모든 데이터로
세계를 되돌리며 채워 넣으려는 것이죠.
이런 계획과 유키의 아버지 다이치가 충돌하면서
다이치는 유키가 있는 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회귀하려 하고
타이요는 원래 동포들이 있고 유키가 없는 세계로의 회귀를 목표로 합니다.
이미 자아를 유지하며 불안정한 형태인 다이치가 원하는 세계를
같이 살아온 유키가 관측자로서 해당 세계로의 회귀를 할 수 있는 열쇠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로스트의 사건을 사건의 외부에서 겪고 3년의 시간 동안 성장하며 고통받고
저마다 힘을 합쳐서 성장해왔다는 걸 깨닫고.
그들이 이겨 내온 고통과 성장의 가치, 가능성을 더욱 중요시해서 회귀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르죠.
더불어 선택 이전에 수 분동 안 각 인물마다 로스트가 일어나지 않았을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각 인물에게는 원래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야 할 삶의 형태를 제시해주죠.
하지만 유키가 이를 부정함으로써 극 중 인물과 시청자 모두에게 생동하는 삶의 가치와
어떤 상황에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과 희망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에 따른 두 가지 장면으로 앞으로의 가능성과 이들이 택한 삶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벌어진 상황에 대해 치밀히 계획하고 노력해 와서 결국 계획을 저지하는 복수에 성공한 스즈나가
섬뜩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곧바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감으로써 노력 끝에도 찾아오는 비극과 허무함을 강조하며
삶의 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이요에게 일격을 날리는 유키에게 타쿠야가 힘을 보탬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협동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추동 원리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여주죠.
그러고 상황을 일단락 지은 다시 유키는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결전 직전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행복한 삶은 평범한 일상이다라는 식의 대화를 나누던
그때와 달리 다소 흘러갈 뿐인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유키가 기억을 잃었다는 언급에 대해 나타내 주는 한 장면이네요.
그리고 다시 자기의 위치로 혹은 새로운 일상으로 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어지는 긱의 대사에서 타쿠야의 행방불명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러고는 보라는 듯이 타쿠야가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이어지죠.
그 후 유키랑 타쿠야랑 이야기 나눴던 녹색 커튼을 단 바다 앞 풍경 좋은 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키를 부르려다 다시 사라지고는 작중 내내 유키가 묶고 다녔던 주황색 리본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평이하지는 않은 끝맺음으로 상징적인 의미만을 내세운 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은 장치들로 치밀하게 계산되어있고 밝은 전망을 제시하는 결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로스트 탈출 직후 유키의 머리 리본이 없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후 유키는 계속 다른 리본을 착용한 채로 등장하죠.
그리고 역시 경고 표지판 또한 타쿠야가 있을 때와 리본만 남기고 사라졌을 때
똑같이 실재하던 표지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황은 어떻게 되었든 타쿠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왜 타쿠야는 직접적으로 유키와 만나지 않고 저렇게 간접적으로 증거만 남기고 떠난 것일까요.
죽을 고비를 함께 몇 번이나 넘겼던 상대를 보면
인사라도 할 법 한데 일부러 찾아온 듯한 모습을 보이고도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타쿠야는 실존하지만 그건 이전 사건들에서 보아왔던 영혼의 형태고
무의식 속에서나마 타쿠야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
또한 영혼의 행동이 간섭으로 실제 세계에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마지막 싸움에서 소멸되었던 아키라의 빈자리를 채워준 듯한 느낌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키는 무언가를 깨닫는 듯한 액션과 함께 작품이 마무리되죠.
타쿠야의 존재를 잊어버린 비극적인 상황보다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뉘앙스로 전해집니다.
마지막 화 까지도 치밀한 짜임과 의미 그리고 연출의 힘으로 남기는 적절한 여운까지
정말 항상 어떤 좋은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며 감상했지만
역시 마지막 화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듯합니다.
볼맨 소리가 나올 법한 불친절한 의미론을 포함하지도 않지만
관객들이 생각해가며 최대한 극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며 집중할 수 있게끔
세련된 연출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네요.
오직 유키를 로스트까지 배달하는 데에 묵묵히 나아갔던 타쿠야처럼
꿋꿋이 의미들을 구현해내려 나아갔던 소멸 도시, 드라마적 가치로는
올해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손꼽게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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