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신데렐라 나인 9화, 합숙을 위한 합숙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꽃은 합숙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템포가 늘어진다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합숙 에피소드는 항상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전과 다른 모습이 약속된다는 게 장점이죠.

거기다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지내면서 인물간에 생기는 해프닝도 즐겁고요.

 

어김없이 8월의 신데렐라 나인에게도 합숙이 찾아왔습니다.

장소는 특이하게 절이었죠.

온천이나 콘도식의 대형 숙소에서 기대되는 여러 에피소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투성을 버리고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는데 그런 패기에 반해

이 에피소드에서 무엇을 남겼는가가 의문이 되네요.

 

훈련 중 일부 장면인데 몹시 그로테스크합니다.

목탁을 치는 여자와 배트를 휘두르는 여자, 그걸 스님이 지켜보고 있고 촬영까지 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를 나열해 보았지만 한국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문장이 어색합니다.

이런 훈련으로 인해서 뚜렷한 성과를 모두에게 보여준 것도 아니고

노자키 양의 투수 전향만 제외하고는 1주일의 기나긴 합숙 볼륨에 비해 남는 것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주지스님의 정체를 미스터리 한 괴현상처럼 꾸며놓았는데

공포로 긴장을 유지하다 풀어줌으로써 어느 정도 감동을 실으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그저 소재의 나열만 있었지 이야기 내에 침투해서 의미 있는 감정을 전달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전체적인 퀄리티 자체는 올라간 듯 보이지만

숨길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는 장면 재활용이 신경이 쓰였네요.

개인적인 얼굴 묘사나 단체 행동에서 움직임의 동세가 좋아진 부분은 있지만

장면 재활용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어떨까 싶습니다.

 

영화가 흔히 마지막에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평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극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보다 애니메이션은 도중에 감상을 그만두는 게 용이하죠.

마지막의 장면의 완성도도 완성도겠지만

중간중간 시청자들을 끌어 들일 이유를 만들어 냈으면 더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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