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본 에반게리온 해독, 에바가 나에게 오다
-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추천
- 2019. 5. 3. 02:11
서브컬처계의 지지 않는 뜨거운 감자 에반게리온, 첫 방영 이후 수많은 추측과 해석으로 온갖 논문과 해석집이 출간될 정도로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나타났던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서브컬처계에도 이와 비슷한 혹은 한국 시장만의 특이성이 더해진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고 지금까지고 그 화제성과 인기는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 언급 사이에 항상 존재하는 에바의 꼬리표가 있다. 바로 불친절함과 우회적인 묘사로 인한 볼맨 소리가 그것이다. 온갖 추측과 해석이 있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는 TVA완결에서는 미완성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불친절함 까지 보여 이에 반감을 가지는 팬들이 많고 이런 의견들이 계속되어오다 이제는 사람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의미 없이 우회적인 언급만을 도배했다는 비약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까지의 비약을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불친절한 작품이라는 인식은 꽤나 팽배하고 이는 에바 팬들 사이에서도 일부는 인정하는 듯한 풍조가 형성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까지 모두 에반게리온의 재생산 가능한 재미라고 한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그걸 도와주는 한 고마운 책이 있다. 바로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이라는 책이다.
사실 필자도 에반게리온을 접했을 당시 단단한 서사 구조와 소재의 신선함 그리고 대략적인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 정도만 파악하고 그 부분만으로도 매료되어 계속 에바라는 작품에 호감을 품어왔다. 이러한 부분만 느끼기에도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은 뛰어남에 틀림없고 실제로도 대다수의 팬도 이 정도로 즐기는 데 그친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석이라는 역할이 개인적으로 작품에 품은 생각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을 듯해서 타인의 에반게리온 분석에 대한 글을 삼가해 왔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봤던 에바를 다시 한번 온 감각으로 느끼고 의아했던 부분, 짚지 못했던 부분까지 전부 시원하게 긁어 쾌감을 선사해 받았다. 타인의 견해가 자신의 생각에 끼어드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꽤 어느 정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해석본은 에반게리온 해석의 시작부터 함께 해 온 작가의 기록물이기도 하며 또 수많은 해석들 위에 시기적으로나 견해적으로나 가장 최신의 것인 동시에 모든 해석 위에 압권 되어 있는 것이므로 타인의 견해 수준이 아닌 작품의 해석 자체에 가장 다가간 자료로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2007년도 신 극장판 시리즈 이전까지의 모든 에반게리온을 다루고 있으며 구판 시리즈 속의 수많은 복선과 장치에 대해서 이전까지의 견해와 실제 작품에 나타난 모습을 대조해 올바른 길로 이끌며 명쾌한 해답을 내리고 있다. 라이트 하게 즐겼던 팬들도 의미를 한번쯤은 생각하며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장면부터 하드 하게 즐기지 않았다면 문제시조차 시키지 못했을 사소한 부분까지 저자는 짚어내어 에바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하나하나 독자에게 풀어준다. 이 과정들에서 필자도 에반게리온을 그렇게 무겁게까지 다루려 생각하지 않은 체 접해온지라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기억나는 부분 하나하나까지 연관되어 있던 점을 책의 도움을 받아 깨닫게 되며 에바의 수많은 의미와 메시지에 전율했다(인물들의 표정과 대사의 의미부터 항상 쓰였던 도구와 인간들 관계의 뒷이야기 등). 그리고 가볍게 즐겼을지라도 대표적인 장면들에서 품었던 자신의 생각과 작품 전체를 이전 해석들과 함께 수없이 고찰했던 작가의 해석을 맞대조 하며 수정하는 재미도 톡톡했다.
필자의 이 책을 읽고 나서의 개인적인 감상은 에바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전체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네이밍의 의미와 연출의 의미 그리고 인물 사이에 파악하지 못했던 흐름 등 작품을 볼 때 내 눈으로 받아들이고 파악해냈던 정보의 몇 배 이상의 정보와 생각이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에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나하나 모두를 재미로 여길만 하고 훨씬 온전하고 구체적으로 에바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반면에 각각의 메시지에 대한 심각성의 측면도 깊게 파악하게 되고 이는 앞으로의 극장판 신시리즈를 즐길 때도 더욱 진지한 자세로 접함으로써 에바를 더욱 즐길 수 있는 스스로의 가능성도 커지게 되었다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솔직하게 그런 어두운 분위기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그저 외면적인 심각성과 잔혹성에 집중해 여느 메카물처럼 밝지는 않네, 메시지가 불친절하고 확실하지 않네 정도로 여긴 마음속 부분이 확실히 존재했다면 이런 마음조차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을 통해서 에반게리온의 재미로 승화되었다. 이런 책의 대략적인 감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특정 장면에 대한 해석에 기쁨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흥분이 더 클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비평계에서 흔히 다루는 작품의 정신분석 체계를 통한 해석이나 작품의 미학으로 접근해 보통 사람의 접근이 편하지 않은 것을 다루는 게 아니라 평범한 팬의 시선에서 우리의 편한 말과 쉽게 통용되는 언어로 함께 분석되어 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수많은 해설집과 자료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식 해설집 이외에는 에바에 대한 부가적인 자료를 찾기 힘든 것이 실정이다. 에반게리온에 대해 평소 깊게 즐기며 이런저런 생각과 의미를 많이 품어왔던 팬 혹은 가볍게 즐겼지만 한번쯤 장면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 진 팬이라면 우리말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에바 길잡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라고 말하면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흥분에 비할 바가 아닌 겸손하고 상투적인 말 일 뿐이다. 이 책에 대한 필자의 최종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에바를 봤던 사람이라면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을 꼭 한 번쯤 거쳐 의미를 검토하고 자신 속의 에바에 대한 재미를 재생산할 수 있는 뚜렷한 기회를 잡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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