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 보지 않을래?, 서부극의 맛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 키 비주얼

 소재의 꿈을 찾아 헤매는 오랜 여정으로 이미 충분한 기존 설정이 넘쳐나는 상태, 당연히 밀리터리를 결부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어왔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애호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을 이해한 제작 측의 의도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이에 발견된 밀리터리라는 가능성을 합친 결과물도 많이 있어왔다. 그들은 재해석한 병기를 캐릭터에 입힌다든지 고증을 지켜 외관까지 재현해낸 병기에 소녀들을 직접 태운다든지 각종 방법으로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이건 전투기에 탑승한 형태로 창공을 가르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2019년 1분기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은 GEMBA와 Digital Frontier의 협력 제작으로 이 중 디지털 프런티어는 모션 캡처를 이용한 3D의 제작을 하던 업체이며 게임,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쓰임 받아 왔지만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D 파트를 담당하기 위한 컨택으로 여겨진다. 특히 각본으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수많은 히트작을 이뤄냈던 요코테 미치코가 참여함으로써 기대감은 한껏 고양된다.

 개략적인 소개만으로도 조합이 사실 평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행기, 미소녀, 3D라는 조합만 들어서는 수상한 느낌마저 드는 듯하다. 이후 글이 끝날 때 까지도 이 애니에게서 평범함을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 수상함에 대해서 더욱 알아보자. 

 

광활한 황야뿐이던 세계에 하늘로부터 여러 물건들이 떨어져 내리고,  
그 사이에서 발견된 비행기가 인류를 하늘로 이끌어 생활을 격변시킨 시대. 
일종의 용병이라 할 수 있는 코토부키 비행대는 운송업으로 유명한 오우니 상회의 선단 호위를 맡게 되는데. 
이 여성뿐인 비행대의 열혈 파일럿 키리에는 앞뒤 생각 않는 그 성격 때문에 같은 팀 멤버들을 각종 트러블로 이끌어 간다.
- 공식 사이트에 소개된 줄거리

 전투씬과 캐릭터의 매력부터 차근차근 다뤄나갈 수 도 있지만 이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 특징을 먼저 짚고 가고자 한다. 줄거리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를 몇 개 꼽아보자면 광활한 황야, 용병, 상회의 선단 등이 있다. 자못 판타지스럽기도 하고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키워드들은 바로 서부극의 요소와 어느 정도 맞닿아있다. 할리우드의 태동부터 한 축을 담당했던 서부극과 이 미소녀들의 비행 이야기는 어떻게 결부되어 있을까.

 우선 제목과 세계관부터 서부극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야라는 카우보이가 거닐듯한 단어가 제목에 등장하는 동시에 캐릭터들의 주요 집합장소가 되는 곳은 비행선으로써 그녀들의 모선인 '하고로모마루'속에 위치한 '주점'이다. 선내 주점까지도 굳이 오크통과 엔틱 한 우든 인테리어로 마감된 모습은 인물들이 모일 때마다 서부극임을 시청자에 머릿속에 서서히 주입시키는 느낌마저 든다. 거기다 특정 등장인물의 불확실한 과거로 화룡점정까지. 이런 사전작업으로 2차 세계대전 고물 비행기로 하늘을 날며 싸운다는 충격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서부극이란 요소가 이런 수동적인 장치로서 작용할 뿐인 것은 아니다. 바로 남자들의 본성에 직접 전해지는 서부극의 기믹이 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성공하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이야기가 어색함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된다. 우선 서부극이라고 하면 흔히 '대결구도'가 연상된다. 이 대결구도는 보통 '직접 겨뤄서 스스로가 최고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 '최후의 대결'이 흔히 채용되곤 했고 이것들은 수십 년 후 일본의 각본가에 의해 하나의 차별성과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활약하게 된다. 

 우선 이 숙녀들은 살벌하다. 앞서 언급한 서부극의 대결구도에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인물들이니까 말이다. 프로펠러 힘차게 돌아가는 작열음 뒤에 올라타 전투기에 몸을 싣고 공중에서 쇳덩이대 쇳덩이로 매 화 부딪히는 이 인물들은 서부극의 고운 외모와는 달리 터프함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전투는 3D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재현되어 시청자에게 새로운 충격을 매 화 선사한다.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저마다의 귀여움도 간직한 이 숙녀들은 공중에 올라도 베테랑의 여유인지 그다지 캐릭터가 변하지 않지만 속어로 흔히 이르듯이 그녀들의 싸움은 '빠꾸(?)'가 없다. 기본적으로 매 화 3D를 최대한 활용한 전투씬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매 화 새로운 전투로 시청자에게 지루함보다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치열함과 터프함 그리고 적과 비행대의 결투 방식은 회전초 돌아가는 황야에서 리볼버로 결투를 겨루는 영웅 캐릭터를 연상하게 한다. 곡예는 기본이요, 과감함과 능숙함을 널뛰기하듯 자유자재로 다루며 비행기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다 보여주는 그녀들은 이전에 있어왔던 고증에만 치중하거나 모티브만 따 온 체 픽션만을 다루는 비행물들과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극 속에서 등장하는 전투기들은 일본의 20세기 초중반의 물건이며, 기체의 이름과 특징을 언급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도 있고 그 특징을 이용한 전투를 보여주면서 고증에 입각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극적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기 힘든 곡예비행도 보여준다. 어느 정도 사실에 입각하지만 픽션이 공존하는 밀리터리 물이라는 점에서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13년 1분기 작품 '걸즈 앤 판처'의 모습도 언듯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어느 부분까지는 픽션으로 때워버리지만 특정 부분 부분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치열한 고증을 보이는 모습 말이다. 이런 양상이 황야의 코토부키에 드러난 형태는 전투 장면 상황마다의 엔진음과 기총 발사음 그리고 주역 중 한 명의 1인칭 시점으로 전투 장면을 보여줄 때는 계기판과 선회 시 기체에서 나는 소음 그리고 바람의 소리까지 재연해내어 이런 부분에서는 밀리터리의 소감을 시청자에게 확실히 전해준다.

 캐릭터들의 기질에서 기인한 특수한 전투 모습 그리고 일정 부분 사실에 입각해 이것을 이용한 전투 연출. 이것들이 합쳐진 전투씬은 확실히 새로운 것이며 매 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왼 쪽부터 엠마, 케이트, 키리에, 치카, 자라, 레오나

 이런 전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건 각자 매력 있게 적용된 파일럿들의 복장에 눈에 띈다. 우선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던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매력 있는 캐릭터 작법이 커다란 축이라는 이야기와 상통하듯이 각양각색의 캐릭터로 인식되는 개성 있는 모습들이 벌써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각자의 성격은 현실성과 거리가 있을 정도로 제각각이며 이런 설정은 캐릭터들의 전투 모습에도 영향을 끼쳐 긴장감을 더해주는 요인이 된다. 

 능력 있는 각본과 감독의 승리일까 이런 캐릭터의 설정을 극대화로 이용하며 재미를 선사하는 이들의 대화 방식과 내용은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 중 하나의 중요한 재미가 된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없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대화만을 하는 '케이트', 우아하고 품위를 우선시하지만 뜨거움을 지닌 '엠마', 천방지축에 순진한 모습의 '치카', 포근하지만 미스터리한 과거의 '자라', 엄격한 비행대 대장 '레오나', 펜케이크 '키리에'이런 6색의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6색의 전투와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지닌 코믹한 대화는 베테랑과 숙녀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입체적인 방식의 재미를 선사한다.

 

셋은 자매가 아니다.

 세부적인 내용만 디테일과 흥미로움으로 넘친다면 예쁘게 치장된 시계 부속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지만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에서는 이 무브먼트를 제대로 감싸져 있는 완성도 높은 완성품 시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매 편 각각 전투에서의 새로움과 캐릭터 조명을 빠지지 않고 이어가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의 매력을 확실히 어필하지만 이 개성 있고 멋진 요소들을 한데 모아 마무리짓는 완성도 있는 틀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바로 미지의 존재를 둘러싼 대립과 쟁탈을 다루며 정치극으로까지 확대되는 적지 않은 큰 그림의 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새롭지 않은 구도와 주제의식이지만 이것을 이 스토리에 풀어나가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으로 최대한 극복해내었다.

 캐릭터 저마다의 기질에 기인한 전투와 대화 방식에 따른 재미를 바로 앞에서 언급했었다. 이것의 연장으로 정치극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모두 개성 있는 생김새와 차림을 저마다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역이 아니지만 또 단면적이지만은 않게 어느 정도 각자만의 이야기도 조금씩 다뤄내면서 새롭지 않은 극의 전개라도 이런 여러 인물들의 개성이 더해져 새롭고 매력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다. 게다가 짧은 대사의 반복으로 개그와 의미를 포함시키는 흡입력 있는 대화법까지 더해져 이끌어 나가는 메인 캐릭터보다 각자 엑스트라의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다루기도 해 이 이외의 캐릭터들에게 흥미가 생길 정도로 디자인에 성의가 느껴진다. 

 

 사실 특정할 수 없는 이유들로 밀리터리 애호가와 오타쿠 문화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의태를 반영해 관련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것일 테고. 앞에도 언급했던 '걸즈 앤 판처'는 이들 흐름에 신선한 파동을 일으켜 컬트적인 인기를 구사 중이고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을 취하고 있는 이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는 그만큼의 반동 큰 파동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서부극이 결합된 극의 특이성 그리고 이를 이용해 저마다의 매력을 반영한 전투씬이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아닐까.

 감상한 후에 이해하게 되겠지만 이들을 감싸고 있는 완성도 있는 극의 마무리도 인상적이어서 사이사이 등장하는 엑스트라의 여러 면모 그리고 이들 모두가 종합해서 이루어가는 입체적이고 완성도 있는 결말까지. 언급했던 것들과 당연히 그 이상의 것들이 '황야의 코토부키 비행대 전매품'으로써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게임도 동시에 서비스되고 유튜브 공개되는 후속도 있을 정도로 팬들 사이에 작지만은 않은 바람을 일으켰지만 하나의 현상으로 까지 올라서지 못한 것은 상기한 완성도 때문이 아닐까. 완성도 있는 전투와 완성도 있는 이야기. 격추 별이 도합 수백 개인 베테랑 그녀들의 서부 영웅 소설 첫 장을 펼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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