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쿠시고토 감상 소회, 맞춤 정장

개인적으로는 올해 이내의 작품을 넘어 여태껏 접한 애니메이션을 전부 꼽았을 때도

카쿠시고토는 열 손가락 안에 꼽고 싶습니다.

어느 한 부분이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죠.

방대한 세계를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다든가, 화려하고 개성있는 액션들이 있다든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이라는 테두리만 보면 상투적으로 보이는 주제를

개성있는 감동과 코미디로 밀도있게 담아내었습니다. 

 

매 화 매 장면이 원작자의 코드 그리고 연출부의 재치있는 방법으로

비교적 잔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일지라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해주네요.

이렇게 좋은 옷걸이에 잘 맞는 색감의 옷이 입혀진 느낌 또한 작품의 장점 중 하나일 겁니다.

 

일각에서는 작화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지만

감상 하고 난 저의 생각은 조금 다르네요.

개성있는 원작자의 작풍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맞춤 정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물이 표현되는 선과 각종 묘사가 단순한 편일 뿐

장면과 구도 하나하나에 들어간 디테일은 전혀 저렴하지 않죠.

보통 맞춤 정장이 아니라 고급 원단이 사용된 맞춤 정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묘사 뿐만이 아니라 사운드와 연기의 디랙팅 그리고 온갖 완급과 극적 장치까지

여러 방면에서 이런 생각에 힘을 보태주네요.

 

원작자의 조소가 우리나라를 향할 때는 지나칠 때가 있어 인식이 좋은 작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만의 각종 대상을 조소로 바라보는 시선이

작품 내에서는 가장 차별점으로 그리고 매력으로 다가오네요.

인물과 스토리에서 예상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를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를 모두 종합한 서사는 단순 조소와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감동적인 중간 에피소드, 결말부로 맞닿아 있는 게 인상적이네요.

눈물겨운 사랑에 포함된 갖은 의미가 모두 해당되는 작품이라고 말 하고 싶네요.

 

작품에 대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이 짧은 1쿨 편성이라는 점이겠네요.

흔한 투정과 불평이지만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오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짜잘하게 짚어보자면 애니메이션 결말부의 진행 속도와 평소 에피소드에서 진행되던

한가로운 분위기와는 대비되는 면모가 커서 이질감이 조금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1쿨 마무리에 대한 볼멘소리일지도 모르죠.

그만큼 이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었던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가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웃는 와중에도 매 편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안구 건조증에 좋은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