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드림 1기와 2기 각자만의 '도키도키★키라키라' 비교
-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비평
- 2019. 4. 2. 12:00
뱅드림 1기는 흑역사, 없는 취급? 2기는 은총?
방영 당시 일부 한국 팬들에게(어쩌면 상당수 일본 팬들도) 온갖 비판이 쏟아졌던 뱅드림 1기(Bang dream!). 확실히 뱅드림 1기의 작화는 좋지 않았고 작화에 대해서 옹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감상 당시에도 뱅드림의 이야기와 감동이 전해지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2기까지 감상이 끝난 이 시점 1기의 부각되는 장점도 보였다. 뱅드림의 1기를 현재 종영한 2기에 맞춰 재조명하고 1기와 2기 각자의 의도와 방향성 그리고 애니메이션 내, 외적으로의 특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뱅드림 1기 2017년 1분기 방영작으로 제작사는 'XEBEC'이다 인기작도 많았고 작화가 좋은 작품은 퀄리티도 높은 데다 생긴 지도 어느 정도 된 제작사이지만 최근에는 기세가 그다지 좋지 못하던 제작사로 기억한다. 반면 뱅드림 2기의 제작을 담당했던 제작사는 '산지겐(3차원)'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3D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하는 곳이다. 재원 표 같은 단순 비교에서는 3D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작사로 바뀐 것 이외에는 시리즈 구성 담당도 같고 이 글에서 다루려는 범위에 한해서는 의미 있는 차이는 없다. 국내 방송국은 1기 애니맥스에서 애니플러스로 바뀌었고 심의 등급은 둘 다 15세 이상 시청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둘 다 장르는 학원물, 청춘물, 밴드물 등으로 묶일 수 있지만 공통분모가 있더라도 각 벤 다이어그램의 포함 정도가 다른 내용과 방향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원래는 둘 다 게임에 없던 내용으로(1기에서는 추후에 팝핀파티 스토리 0장으로 추가) 2기에서는 모두 한 학년 진급한 시점으로 게임과는 세계관이 다르다고 한다.
우선 1기에서는 2기와 같은 밴드, 청춘, 학원과 같은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2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청춘과 학원이 부각되어 있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첫 화에서 보여주는 카스미의 모습은 활발하고 조금 독특한 신입생으로 밴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소녀이며 추후에 아리사와의 접점에서 밴드와 맞닥트리게 되어 우연히 같은 목적성을 띤 밴드라는 활동에 매혹되어 시작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2기에서는 어느 정도 정착된 모든 밴드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활동과 모두가 협력한 라이브를 위해 음악 활동이 주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지만 1기에서는 이와 달리 여느 학원물의 도입부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다. 게다가 2기는 밴드로써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는 설정이라 외부와 외부의 이야기 타자와 음악의 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와 다르게 1기는 밴드 설립부터가 등장인물들의 과제이며 멤버 영입을 위한 그들의 성장과 학원 내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 밴드란 어떤 의미인가부터가 그들에게 봉착한 숙제이다. 이러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주제의식과 더불어 학원 내의 학생인 동시에 각자의 설렘과 목적을 갖고 있는 인격으로서 에피소드마다 개개인의 성장을 밴드에 결부시키며 울고 웃는 학원물, 청춘물의 형태도 짙게 띠고 있어서 뱅드림의 틀을 벗고 봐도 매력있는 하나의 장르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성장, 학원, 청춘과 같은 키워드의 이야기로서 초점을 두면 한 단계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딛는 새내기들의 설렘과 두근거리면서도 편하지만은 않은 성장의 인상을 심어주며 음악과 함께하는 캐릭터 내면의 이야기와 학생으로서의 포피파를 양껏 보여주었다고 여겨진다.
반면 2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1기에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토대, 가능성을 확인한 후 게임의 흥행에 더해져 제작이 추진된 듯한 시기와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게임부터 걸즈 밴드 시대를 함께 했던 '고인물'들을 위한 초점과 배려가 곳곳이 눈에 띈다. 1기가 팝핀파티와의 결성부터 시작해 점점 다른 밴드와의 접점을 늘려가며 걸즈 밴드의 시대를 시청자와 함께 체험해나갔다고 하면 2기는 이미 그들의 걸즈 밴드 왕국에 우리들이 초대받은 상황이 아닐까. 위치와 장소에 따라 걸맞은 예의와 격식이 있듯이 뱅드림 왕국에 초대된 시청자들은 인물 간의 관계와 기믹의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강요받는다. 기존 유저들을 위한 스토리라는 확실한 노선을 설정한 채로 시작한 2기는 초반의 불친절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매력 있고 한층 성장한 25명의 밴드 소녀들과 함께 뱅드림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1기가 팝핀파티의 성장과 달성을 담고 있다면 2기는 마치 게임 속 밴드 별 스토리를 연상시키듯이 매 화 주제가 되는 밴드가 다른 진행을 보여준다. 8할은 밴드의 개별 스토리로 이뤄져 있는 데다 기존 캐릭터들의 매력과 기믹을 이용한 게임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인물 조합과 대화를 보여주며 뱅드림 팬들에게 크나큰 포상을 내려주었다. 어느 정도는 기존과 비슷한 대화를 포함하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연속적인 그림과 음성으로 전해져 오는 감동은 어느 정도 불연속적인 게임의 대화방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고 좌충우돌 그녀의 이야기들을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밴드의 특성과 개성을 녹여낸 스토리 속 라이브 장면은 뮤지컬의 방식처럼 극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소위 말하는 뱅드림의 감격이 차오른다. 게다가 이런 음악과 밀접한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곡을 발표할 생각으로 혈안이 되어있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기존의 곡들로 영상을 구성해 기존 팬들의 기쁨을 더욱 끌어내었다. 기존 팬들에게는 캐릭터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애니메이션식 화법과 기존 곡의 메들리로 뱅드림에 대한 소속감과 팬심을 선사했고 2기로 처음 유입된 시청자들에겐 형형색색의 여고생들이 펼치는 막장 상황들과 화려하고 개성 있는 밴드들의 라이브 씬으로 뱅드림의 매력을 알린 자리가 되었다.
1기와 2기의 스토리 면에서 각자의 매력을 찾아보았지만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역시 직접 비교가 가능한 작화가 아닐까 싶다. 1기에서는 2D로서 셀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이어받은 디지털 작화로 이루어져 있고 2기는 최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3D 작화로 이루어져 있다. 2기에서는 게임의 모습과 몹시 흡사하게 재현한 디자인과 3D를 십분 활용한 화려한 라이브 씬으로 기존 팬들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에 반하여 1기에서는 기존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어느 정도 이어받긴 했지만 작화 퀄리티의 유지 문제로 캐릭터의 생김새가 망가지는 일이 많아 일부 팬들의 질타 대상이 되었고 그 풍조는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1기에서 2D로 표현된 팝핀파티에서도 1기 만의 귀여움이 있었다.
소소한 귀여움
2D와 3D 어느 쪽의 움직임이 애니메이터의 상상력을 백분 활용 가능해 인간의 움직임에 가까운 모습을 창조해내느냐의 논의가 아니라 1기에서의 외적인 부분도 감상을 넘어 시청자 각자의 재미까지 창조해 낼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2기의 3D 작화에서는 캐릭터의 기존 매력을 잘 반영한 앵글과 포징으로 팬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면 1기 때는 2D작화만의 표현 방법에서 나타난 다양한 표정들과 구도들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작화가 뛰어나서 다양한 표정과 구도들이 연출됐다기보다는 팝핀파티의 이야기에 애정이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한껏 즐거워 하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에 호소해서 외적으로는 시선을 돌리라는 말과 같게 들릴 수도 있지만 1기 때의 작화로서만 표현됐던 귀여움이 분명히 존재하고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묘사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때가 있었어도 장면의 구성과 배치 구도의 정도가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캐릭터의 생김새보다는 안이한 캐릭터들의 배치와 구도, 특정 상황에서의 앵글 활용 등이 일률적이어서 '장면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애니메이션 자체로서 낮은 평가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의 부족함은 기존 제작사의 노련함 덕인지 사아야의 밴드 입성, 창고에서의 첫 라이브, CIRCLE에서의 마지막 라이브 등 주요 에피소드에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장면의 맛'을 온전히 그려내어 그 방향으로서의 부족함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1기 만의 매력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라이브클럽 갤럭시
그렇다면 작화에서 2기의 반짝임은 무엇이었을까. 2기 1화의 시작은 파스텔 팔레트(약칭 파스파레)의 공연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프릴과 장식이 가득한 그들의 의상으로 말이다. 거기에 움직임이 다분한 아이돌 특유의 안무까지 가미시켜서 양껏 표현해냈다. 흔들리는 장식과 머리카락, 리듬 타는 인물들의 움직임, 악기의 주법 하나하나 묘사하며. 이건 마치 2기에서 우리가 3D작화로 무엇을 보여줄 건지에 대해서 시청자에게 던지는 일종의 선전포고로까지 보인다. 도입부부터 기존의 팬들 태반 이상은 뱅드림 2기의 매력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모든 밴드들의 공연 모습을 한곡 한곡씩 할애해서 보여준다. 파스파레처럼 모두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각자 밴드만의 상징적인 색깔과 분위기까지 모두 표현한 카메라 움직임, 연주할 때의 모습,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려서 시청자에게 보고했다. 수도 없이 들었을 기존 곡들로 듣는 캐릭터들의 생생한 공연 모습. 특별한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뱅드림의 팬이라면 이 내용만 가지고도 충분히 2기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갈 법하다. 매 화 선사하는 공연 전부가 마치 뮤직비디오 같은 모습으로 모두에게 다가갔다. 1기에서의 주요 내용과 팝핀파티의 목적이 '별처럼 반짝이는 것'을 찾는 것이라면 라이브클럽 '갤럭시'에 모여 연주하는 2기의 모든 밴드들은 각자만의 반짝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갤럭시' 즉 우주와 같은 것이었다.
사실 여느 애니메이션들과 같이 뱅드림도 1기와 2기를 떼놓고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이다. 평가의 온도가 어땠든 바라보는 시선 조차 없어서 사라지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1기가 가졌던 가능성과 반응 덕분에 2기가 모두에게 시기적절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에 따른 1기와 2기의 의도 차이 때문에 1기는 필요 이상의 비판이 더더욱 형성되었다. 위 캡쳐의 모습과 같이 1기는 5인의 이야기, 2기는 25인의 이야기로 저마다의 다른 사정으로 방향성이 달라지긴 했지만 분명 각각의 매력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기타도 별, 머리 모양도 별, 추구하는 것도 별로써 1기의 반짝임을 찾아 나서는 카스미와 팝핀파티의 정답고 설레는 학원 이야기 그리고 걸즈 밴드들이 모여 자아내는 좌충우돌 음악 이야기 어느 쪽이든 저울을 달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었고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였다. 올해 말에 예정된 뱅드림 극장판과 2020년 1분기에 예정된 뱅드림 3기도 1기의 따뜻함과 설렘 그리고 2기의 화려함이 함께 담겨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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