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도시 9화, 근사하고 담백한 선율

항상 찾아 헤매던 로스트의 전말을 이렇게 농도 있는 전달 방식으로 우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 단숨에 풀어헤칠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과감한 전개이지만 

그 완성도와 그려내는 내용의 아름다움이 단숨에 우리를 수긍하게 만듭니다.

 

다른 평행세계에서 지금 작품이 다루고 있는 세계관에 건너온 세 과학자, 이들은 물리학의 특이점에 도달해

붕괴 위기에 있는 기존 평행세계에서 수백만의 난민을 구조할 '노아 프로젝트'를 개시합니다.

 

나머지 둘은 목표를 위해 진전하는 반면 다이치는 다른 평행세계의 존재인 미후유와 연을 맺게 됩니다.

이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묘사가 인간적인 드라마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한껏 감동이 고양됐었죠.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뚜렷한 인연으로 이어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가는 모습을

소박하지만 장면 하나하나 겉치레 없이 담백한 묘사로 더해갑니다.

 

둘의 관계 진전을 암시하는 칫솔 꽂이와 사랑과 목적 사이에서 고심하는 다이치의 발걸음 묘사,

그리고 이후 둘의 결실을 다짐하는 장면에서 미후유의 표정 묘사까지

꾸밈없이 명료하고 밀착적인 묘사로 깊은 여운을 자아냅니다.

구도와 배경음 그리고 작화의 사용으로 볼 때 요즘의 흔한 화려한 연출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본질만을 깊게 구사하는 모습 자체에서 편안함을 느껴 더욱 시청자의 감정에 와닿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왠지 유키가 연상되는 비주얼을 갖고 있던 미후유, 그녀는 유키의 어머니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투쟁의 이유가 되었던 

로스트에서 기다리겠다는 유키의 아버지의 메세지에 대한 전모가 모두 드러나게 됩니다.

다이치는 다른 평행세계에서 건너와서 어떤 평행선에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유키'를 탄생시키고

배신에 대한 응징인지 아직은 모를 로스트를 나머지 두 과학자들의 손에 의해 말려들고 말죠.

그리고 그의 딸에 대한 의지에 표상으로 해당 메세지를 남기게 됩니다.

 

이번 집약적인 내용 중에서 로스트에 휘말리더라도 사망이라는 직접적인 묘사가 은근히 피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런 드라마와 섞어서 유키에 얽힌 사건의 전모를 그러 낸 걸로 보아

영혼과 로스트 그리고 평행세계에 대한 해당 드라마같은 전개가 더욱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커다란 의외성과 신선함을 낳지는 않았지만

전개의 속도에 지친 시청자들을 본질적이고 따듯한 이야기 속에

효과적으로 끌어들여 플롯의 완성도와 시청자의 흥미 모두를 잡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의외성과 신선함이 항상 좋은 작품의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닌 바

성공적인 전개의 하나로도 여겨지고요.

 

매 화 거듭할 수록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며 이야기의 완성도를 이끌어 내는 전개와

이를 다루어내는 연출과 화면의 세련된 디테일이 진하게 전해집니다.

마치 현대의 TV애니메이션이 상업과 작품성 사이에서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가 이런 것이라고 선언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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