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스틱 그녀 12화, 휴전

정말 한편 한편 바람 잘 날 없는 애니메이션이었네요.

각자 행복을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치지만 얻어진 행복은 한 편도 지속되지 않고 흩어지곤 했죠.

11화에서 유독 발코니의 개방감이 배경에서 돋보인다 싶었더니 

위태위태 하던 가운데 결국 이렇게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제껏 끌려다니기만 하던 후지이의 주도적인 성장이 한 편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었던 한 화였습니다.

히나의 소실로 인한 상심과 회복을 한 편이 안 되는 분량에 다 집어넣은 셈인데

조금은 비약이 큰 것이 아니라 라는 생각이 들어도

밀도 있고 깔끔하게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 데에는 좋은 듯했던 느낌입니다. 

 

마지막 화는 잔잔하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담고 평온한 편이었지만

이전까지는 매 편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많은 생략을 포함해서 달려온 게 아직 8~9권 밖에 안 된다고 하죠.

21권 까지는 얼마나 더 많은 놀라움이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도메스틱 그녀에서 돋보였던 부분은 제한적인 작화의 활용이었습니다.

작화는 좋다고 보일 수 있지만 넓은 화각으로 여러 인물을 담는다든지 인물들의 움직임 자체가 적지만

격렬하게 움직이는 장면 같은데서는 결코 좋아 보이는 움직임과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상이 끝난 지금 도메스틱 그녀는 예쁜 그림으로도 기억에 남아있는 애니메이션이죠.

 

사랑과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정적인 예쁜 그림에서 차분히 이야기만 주고받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만 퀄리티 있는 작화를 종종 채택한 것이

오히려 이야기에도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종합하면 예쁜 그림에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거네요.

현실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사랑이야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을 보이지만

접하기만 하면 그런 취향에 상관없이 오직 이야기의 치열한 전개에만 집중해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잔잔함 속에 불꽃을 간직하고 있었던 걸까요.

로맨스는 무섭습니다.